고개를 숙이고 노래를 부르던 소년이 있었다. 표정은 어두웠고 그를 지켜보던 사람들도 ‘저 아이는 왜 저렇게 할까’라는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 나 역시도 그랬다. 저 소년은 대체 왜 저렇게 노래를 하고 있는걸까.

무대 위에서 빛나는 소년이 있다. 노래를 듣다보면 음색이 귀를 사로잡아서 ‘대체 이 부분은 누가 부른걸까?’하는 호기심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 노래를 처음 들은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다. 저 소년은 어쩜 무대를 잘해나갈까.


배진영
배진영

고개를 숙이고 노래를 부르던 그 소년과 무대 위에서 빛나는 소년. 그 소년은 바로 워너원의 배진영이다.


참으로 신기했던 것은 내가 배진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 이유가 워너원의 무대를 보고 나서였다는 것이다. 사실 프듀 방송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에게 배진영은 으르렁의 이미지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방송 초반에 보여진 그 모습을 보고, 난 거기서 그에 대한 생각을 정지시켜버린 것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워너원 배진영’에서 ’으르렁’, 그리고 ‘프듀 무대’ 이런 식으로 무대를 찾아봤다.


그럼 처음 봤을 때를 회상해볼까.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에 처음 등장했던 때가 기억난다. 교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어딘가 자신감이 부족해보였던 모습으로 EXO의 ‘으르렁’을 불렀던 배진영. 심사위원들은 “왜 저렇게 자신감이 없지?”라는 말을 건넸고 시청자인 내가 보기에도 그래보였다. 본인도 방송에서 자신감을 조금 키웠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기억이 잊혀질 때쯤 난 워너원의 무대를 봤다. ‘에너제틱’이라는 타이틀이 워낙 좋았고, 프듀를 봤던 시청자로서 무대는 꼭 보고 싶었다. 그렇게 ‘에너제틱’의 음원을 들을 때 정지 버튼을 누르게 한 부분이 있었으니.

‘내 심장이 멈추는 그 순간까지, 너를 지켜줄게. 사라지지 않게’

내가 다른 부분은 몰라도 이 부분은 정확히 기억할 수 있다. ‘대체 이거 누가 부른거지? 누구 목소리지?’ 곱씹게 만들었으니까. 덕분에 무대 위 제스처 하나하나까지 기억할 수 있다. 그 부분이 배진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느꼈다. '이 아이의 목소리는 보물이다', 그리고 배진영의 음색은 뒤에 이어지는 몇 분을 계속 듣게 만들었다. 


그리고 프듀 방송을 다시 다운 받아서 보기 시작했다. 오로지 배진영을 보기 위해서.

배진영은 으르렁 무대로 C등급을 받고 등급테스트에서 F를 받아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상남자’, ‘봄날’, ‘Oh little girl’, ‘Hands on me’ 등 연이은 무대에서 전과는 다른 엄청나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내가 그에 대해 쓰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어떻게 저렇게 사람이 빨리 발전할 수 있을까’

흰 색 도화지 같은 느낌을 받았다. 흰 색 도화지에는 어떤 색을 칠해도 그 색이 확실히 드러난다. 이 말은 아무 것도 없는 빈 상태이기 때문에 흡수하는 것이 빠르고 빨리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배진영이 그래보였다. 사실 상남자때만 해도 그렇게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워낙 그 조에 있던 조원들이 거의 방송을 ‘하드캐리’했다 싶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여러 명을 모아두었기에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던 배진영이라도 의외로 묻힐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실력 또한 드러날 정도로 뛰어나지 않았고.


그런데 ‘봄날’ 무대였나, 정말 깜짝 놀랐다. 놀랐던 이유는 무대를 잘해서가 아니었다. 배진영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듣다가 ‘어?’하는 순간이 있었다. 대체 이 파트는 누구지? 누가 부르는거지? 사람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찾아보니 이 소년이었다. 그 때 딱 생각했다. 이 친구의 목소리는 앞으로 더 많은 무대를 거치고 연습을 해서 자신의 목소리로 채운 곡을 내게 된다면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겠구나.


배진영의 외모는 사실 어떻게 표현한다면 정말 ‘순정만화’에 나올 법한 외모다. 별명이 '만찢남'이니 뭐 말 다했지. 얼굴이 정말 기이할 정도로 작고, 그래서 비율이 굉장히 좋고. 저런 사람이 연예인 안했으면 대체 뭐했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이랄까.

영상을 보면 볼 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과연 배진영의 '딥다크'는 그냥 별명일 뿐인게 아닐까 하고. 생각보다 굉장히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방송에서 애교를 부릴 때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할 때 '밝고 유쾌함'이 느껴진다. 19살 소년의 모습이.


‘1분 자기 PR’에서도 그 모습이 드러났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을 따라해서 춤을 추던 그 모습이, 내가 과연 그 전에 알고 있던 으르렁을 하거나 ‘딥다크’라고 불리던 배진영이 맞나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소년의 목소리는 의외로 무겁다. 얼굴은 정말 화려한, 컬러풀한 스티커사진같은 느낌이라면 목소리는 사진으로 표현한다고 하면 분위기 있는 흑백사진 같은 느낌이다. 노래의 무게를 딱 잡아줄 수 있는 목소리. 그걸 느꼈던 것이 '봄날'이었던 것 같다. 원곡을 부른 방탄소년단의 느낌과는 또 다른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친구가 발라드를 부른다면 그냥 슬퍼서, 감정 이입이 되서 눈물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냥 그대로 분위기에 젖게 만드는 목소리랄까.

동영상은 유튜브 '몽'님의 채널에서 가져왔습니다. 문제가 되면 말씀해주세요!(https://www.youtube.com/channel/UCVoFPo_3z-p5yTxPihdWI8A/feed)


배진영에 대해 또 하나 놀랬던 점이 춤때문이었다. 춤을 배우는 습득 속도와 그걸 무대에서 표현하는 능력이 굉장히 빠른 것 같다. 알고보니 F반의 센터였다니! 종종 방송에서 춤을 따서 가르쳐주는 모습도 나오기도 했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춤에 아예 재능이 없는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짐작컨대 회사에서 별로 트레이닝을 받은 게 없었는지 오히려 프듀 방송을 거치면서 실력이 엄청나게 성장한 케이스같았다. 프듀를 찍어봤자 4개월 남짓 찍었을텐데 이 정도 발전한거 보면.

무대에서 춤을 출 때, 1분 PR에서 '10개월차'라고 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전혀 위화감이 없고 힘을 줘야할 부분에서 줄 줄 알고 박자를 타서 춤을 출 줄 안다. 한 마디로 '아이돌' 같다. 물론 아직은 신인미가 보일 때도 있어 귀여운 면도 있다. 카메라를 가끔 못 찾는다거나, 제스처의 변화가 많이 없다거나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스처가 변해야만 프로같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대 제스처 변화도 보는 재미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앞으로 어떤 제스처를 무대에서 선보일 수 있을지, 어떤 표정 변화를 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난 아이돌들을 볼 때 잘하는 친구들도 좋아하지만 '저 친구는 더 늘겠다' 하는 사람을 더 주의깊게 보려고 하는 편이다. 요새 아이돌들이 실력이 워낙 대단해서 다들 ‘사기캐’로 나오기는 하지만.

저 친구는 더 클 것 같다 하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나에게는 굉장히 큰 재미이고 중요한 것 중에 하나다. 워너원의 무대를 볼 때마다 11명 모두에게 다른 생각을 한다. 역시 무대를 잘한다, 앞으로 더 늘겠다, 이런 생각을 한다. 그리고 배진영을 볼 때마다 ’저 친구는 진짜 미래가 너무 기대된다’고 맨날 생각한다. 그런데 아마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나처럼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로듀스 101 시즌2' 방송 중, 'Oh little girl' 무대를 준비하던 배진영은 같은 팀이었던 정세운에게 노래를 배운 적이 있다. 소리를 계속해서 내고 자신이 내는 소리가 맞는지 아닌지 점검을 받으려고 하는 그 모습. 지금 생각해보면 '훨씬 나, 훨씬 나은데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정세운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도달했을 때 '예스 굿'을 외치고, 멈추지 않고 조금 더 나아지는 모습을 향해 나아가는 배진영. 그의 1년 뒤, 5년 뒤, 앞으로 가수로서 그가 보여줄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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